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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타임머신 / 아빠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알레르기성 자반염(Henoch-Schlein purpura)

제주형 2016. 4. 18. 23:46

"아빠! 배가 너무 아파요“
“아빠! 다리도 너무 아파요”
2004년 2월9일 월요일의 일이다.
하루 종일 배와 다리가 아프다고 보채던 녀석이 저녁이 돼서는 비명 섞인 울음을 터뜨리면서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다.
외과 원장이신 김호배 집사님께 전화를 했다.
집사님은 ‘전화 속에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다며 빨리 병원으로 가라’고 하셨다.
인하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밤새도록 이런 저런 검사를 하면서도 ‘잘 모르겠다’, ‘검사를 더 해보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가슴 졸이고 기도하는 중에 새벽 4시경이 되어서야 짐작되는 병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알레르기성 자반염인 것 같습니다.”
“일단 입원을 하셔야 합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교수님께 정확한 판단과 설명을 들으세요.”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따라 올라간 병실 앞에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병실 문에는 ‘소아 암 격리 치료실’이라고 쓰여 있었고, 보호자도 손을 소독하고 들어가도록 되어 있는 병실이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자반염’이라는 병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병실로 올라온 터라 ‘그 병이 그럼 암인가?’하고, 깜짝 놀랐으면서도 겁이 나서 차마 묻지도 못하고 있는 나와 아내를 간호사실에서 호출하였다.
“당장 입원을 해야 하는데 병실이 없어서 우선 ‘소아 암 격리 치료실’로 받았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내일 병실이 생기는 대로 바로 옮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집사람과 나는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다음날 아침에 병실은 옮겨졌고, 담당 교수님에게 궁금한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알레르기성 자반염은 주로 4~8세의 소아에게 생기는 병인데, 피부, 관절, 소화기계, 신장에 있는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부 이곳 저곳에 피하 출혈반점인 자반이 생기는 것입니다”
정말로 민희는 팔, 다리와 온 몸의 이곳 저곳에 핏줄이 터져서 생긴 멍 자국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병은 무릎, 발목, 등의 하지 관절 통증과 부종, 극심한 복통이 특징입니다.”
‘아~ 그래서 민희가 다리가 아프다며 일어서지도 못했고, 떼굴떼굴 구르며 배를 아파했구나!“
“당분간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게 하시고 휠체어를 사용하세요”
“두피나 뇌혈관에도 염증이 생기지 않아야 하고, 콩팥에 이상이 생기지 말아야 합니다. 잘못하면 신장염이나 신부전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민희의 소변검사에서 혈뇨(血尿)와 단백뇨(蛋白尿)가 보이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하면서 하나같이 무서운 말들만 늘어 놓으셨다.
“알레르기성 자반염을 치료하는 약 자체가 잘못하면 고혈압(高血壓)과 당뇨(糖尿)를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알레르기성 자반염은 치료 되었다가도 쉽게 다시 재발합니다.”
"… … , … …"
집안 어른들에게 민희의 병에 대해 말씀드리고, 특별한 기도를 부탁드렸다.
나는 마가복음 16장18절의 “뱀을 집으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기도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다 있다는데 뭐~’
‘제일 많이 먹는 감기약도 알고 보면 부작용이 제일 많은 약이라는데 뭐~’
‘두통약도 계속 먹으면 간 경화가 유발될 수 있고, 해열제만 가지고도 희귀병에 걸릴 수 있다는데 뭐~’
‘진짜 독을 마셔도 하나님이 보호하시고, 치료하시면 되는데 뭐~’
“하나님! 민희에게 사용되는 모든 약들의 긍정적인 효과만 있게 하시고, 있을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없애 주시옵소서”
“하나님 민희의 병을 완전히 치료하여 주셔서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이 병은 특별히 ‘튀긴 음식이나 fast food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나님 무엇을 먹던지 마시던지 그것이 민희에게는 오직 양약(良藥)이 되며,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내가 민희 옆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하나님의 일에 더 충성하고, 하나님은 민희를 치료하시면 되겠네...!’
집사람에게 민희를 부탁하고, 민희가 입원한 다음 날부터 계획되어 있던 춘계 대 심방을 그대로 진행하였다.
이 해의 대 심방을 통해서 특별히 많은 위로와 축복과 기도의 응답이 성도들에게 주어졌다.
짬짬이 민희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은 마음의 평안을 주셨다.
나는 이 평안을 ‘하나님이 주신 응답’으로 생각한다.
9일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민희는 아주 행복해 했다.
‘엄마가 하루 종일 나랑만 있어서 좋고...’
‘아빠가 매일 맛있는 거 사 와서 좋고...’
‘휠체어 타는 것도 너무 재미있어서 좋고...’
‘병원에서 사귄 친구들도 있어서 좋고...’
‘집사님들이 찾아 와서 좋고...’
‘선물도 많이 받아서 좋고...’
“… … , … …”
퇴원한 후에도 ‘당분간은 한 달에 한번씩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으라’는 말대로 몇 달 동안 꾸준히 검사를 받았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민희는 하나님의 능력의 손으로 완전히 치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