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찌꼬마

아찌와 꼬마의 일상

토끼를 위하여

3. 타임머신 / 아빠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결혼

제주형 2016. 3. 31. 21:25

민정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레음악학원에 놀러갔다가 민정의 아버지, 어머니와 마주쳤다.
함께 차를 타고 인천으로 오는 길에 어머니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으셨다.
“우리 민정이 예쁘지요?"
“네!”
“얼만큼 예뻐요?”
뜻밖의 질문이었지만 마치 질문을 미리 알고 답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단 1초의 간격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평생 데리고 살만큼 예쁩니다”
순간 ‘끼이익~’ 하고, 아버님이 운전하시던 차가 멈추었다.
운전석에서 뒷자리를 돌아보시면서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자네 나하고 한번 따로 만나세”
“네, 그러시죠”
이후로 아버님은 나에 대해 알만한 사람들에게 넌지시 묻는 일이 생기셨고, 다행히 묻는 사람마다 호평(好評)을 해 주었다.
1994년 여름.
나는 학생회 수련회를 3박4일 동안 다녀 온 데다가 돌아오는 길에 친구인 철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빈소에 들러서 삼일 동안 함께 밤을 새운 뒤라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민정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또 받았다.
곧바로 민정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학생회 예배시간과 주일 예배 시간만 빼고는 장례를 마치는 삼일동안 꼬박 자리를 지키며 밤새워 손님 대접을 하고 집안 일을 돌보는 나의 모습에 집안 어른들이 모두 감탄하셨다.
“저 친구 사위 삼았으면 좋겠네...!”
이날 이후로 삼촌들과 이모님들은 나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어 주셨다.
민정의 할머니께서도 ‘밥 잘먹어서 예쁘다’시며 집에 찾아 갈 때면, 밤이나 낮을 불문하고 식사시간에 상관없이 밥 주라고 야단하시면서 끔찍이도 예뻐해 주셨다.
1997년 봄.
수요일 예배를 드리는 중에 문득 ‘올해는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민정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 드릴 말씀이 있으니 주무시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새벽기도에 빠지지 않으시는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특별히 부탁을 드리고, 부지런히 인천으로 향했다.
밤 11시30분이 되어서야 민정의 집에 도착했다.
아버님, 어머님은 부탁드린 대로 기다리고 계셨다.
“무슨 일인가?”
“어머니 저녁을 못 먹어서 배가 고픈데 밥부터 좀 주세요”
능청스럽게 밥을 먹으며 딴소리만 하는 나에게 아버님이 재차 물으셨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할 말이 있다면서...”
밥을 다 먹은 후에야 나는 대뜸 말씀드렸다.
“저희들 이제 결혼하겠습니다.”
“갑자기 왜?”
“그냥 올해 결혼을 꼭 하고 싶어졌습니다.”
“민정이도 동의한 이야기인가?”
“저 사람은 아버님만 허락하시면 동의할 겁니다.”
“내년에 하게”
“싫습니다. 올해 하겠습니다.”
“올 해 언제 하게?”
“달력을 보면서 한참 생각했는데, 10월4일 토요일 낮 1시쯤이 좋겠습니다.”
“내년에 하지 그래”
“올 해 하겠습니다”
“그럼 어디서 할려구?”
“저희 모(母) 교회인 숭의교회에서 하겠습니다.”
“숭의교회는 지금 신청해서 날자 못 잡아 이미 내년까지 스케쥴이 꽉 차 있을 걸?”
“그런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허락만 해 주세요”
뜻밖에도 아버님은 큰 소리로 웃으시면서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그 자리에서 허락해 주셨다.
“알았네. 올 해 결혼 하게”
민정은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쑥스러운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리고, 1997년 10월 4일 낮1시.
나와 민정은 인천 숭의감리교회 가나예배실에서 이호문 감독님의 주례로 결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