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찌꼬마

아찌와 꼬마의 일상

토끼를 위하여

3. 타임머신 / 아빠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자연학습

제주형 2016. 4. 24. 16:44

민희가 6살이 되면서 맞은 여름.
민희는 따가운 햇볕 아래로 날아다니는 잠자리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잠자리를 한 마리 잡아서 날개 사이에 실을 감고, 배 쪽으로 매듭을 지어서 묶은 후 실 끝을 민희의 손에 쥐어 주었다.
잠자리는 포물선을 그리면서 열심히 날아다닌다.
‘까르르 까르르’ 웃으면서 민희가 너무 재미있어 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잠자리는 좋은 놀이감이었다.
그 때에도 나는 잠자리를 실로 묶어서 놀았고, 좀 더 특별한 놀이를 생각하다가 잠자리 배에 ‘폭음탄’을 묶어서 날려보내기도 했다.
‘폭음탄’은 다이너마이트 모양을 아주 작게 만들어서 심지에 불을 붙이면 ‘뻥’ 소리를 내며 터지는 일종의 폭죽 같은 것인데, 약3㎝정도 길이에 0.5㎝ 정도의 지름을 가졌고, 가운데는 도화선이 꼽혀 있다.
당연히 이것을 잠자리 배에 묶고, 불을 붙여서 날려보내면, 몇 초 뒤에는 하늘에서 ‘폭음탄’이 터지면서 잠자리는 없어져 버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잔인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그 시절에는 정말로 재미있는 놀이 중에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모처럼 쉴 수 있었던 어느 월요일.
민희와 문방구에 가서 잠자리채와 곤충채집 통을 샀다.
그리고, 소래산 밑자락에 있는 마을에 가서 하루종일 잠자리를 잡았다.
아빠가 하늘에 날고 있는 잠자리를 잡을 때마다 민희는 ‘꺄~악~ 꺄~악~’ 소리를 지르면서 엄청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곤충채집 통 한가득 잠자리를 잡아서 들고 다니는 민희의 얼굴이 마냥 행복하다.
이번에는 매미를 잡기로 했다.
‘맴~ 맴~ 맴~ 메에~’ 소리가 나는 쪽을 열심히 쫓아갔다.
그리고, 매미를 잡았다.
“이게 매미야?”
“아~ 이거 책에서 봤어!”
처음으로 매미를 직접 보고, 만져 본 민희는 너무 재미있어 했다.
아직까지 시골마을 모습 그대로인 이곳에는 민희에게 보여줄 것들이 참 많았다.
“민희야 저기 저게 해바라기야”
“우와~ 정말로 햇님처럼 생겼다. 그치 아빠?”
“민희가 집에서 먹는 참외가 밭에 열려 있네~”
“아빠! 어디? 어디?”
“우와~ 정말 참외다! 진짜 신기하다!”
“이 나무는 은행나무인데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네~”
“아빠! 나 이거 알아 지금은 파란색인데 나중에는 노란 색이 되지?”
“어? 어떻게 알았어?”
“민희는 다 알아!”
“아빠! 나 똑똑하지?”
민희는 이날 ‘늘 우리 곁에 있었는데도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생소하기만 한 자연의 모습’을 아주 많이 경험하였다.
아주 조그만 청개구리도 잡아서 만져 보았다.
방아깨비도 잡아서 다리를 잡고 방아를 찧어보았다.
엄청나게 큰 거미도 보았다.
아빠의 설명을 듣고 ‘벼’라는 이름을 열심히 외웠다.
밭에 심겨 있는 옥수수를 보여주자 민희는 ‘끝에 있는 부분이 벼와 똑 같다’며 끝까지 쌀 나무라고 우긴다.
덥고 힘이 들면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하나씩 사서 아빠랑 민희랑 나란히 앉아서 먹었다.
그리고, 지치면 차에서 에어컨을 켜고 음악을 들으면서 휴식시간도 가졌다.
“아빠! 이제 땀 다 식었지?”
하루종일 민희는 집에 가기를 거부하면서 즐거운 자연학습을 계속했다.
그 날 밤에는 곤충채집 통에 들어 있는 매미들이 얼마나 울어대는지 욕실로 옮겨 놓기도 하고, 박스를 덮기도 하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혼이 났다.
그래도, 민희는 코를 골면서 행복한 꿈을 꾸는 것 같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민희가 7살이 되어서 맞은 여름.
민희는 작년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올해도 잠자리를 잡으러 가자고 했다.
“아빠! 지난번에도 여기에 차 세웠지?”
“지난번에도 여기에서 잠자리 잡았지?”
“지난번에도 …?”
“지난번에도 …?”
“지난번에도 …?”
“아빠! 저기서 아이스크림 먹어야지~!”
1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왔는데도 민희와 아빠는 작년과 똑같은 코스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 다녔다.
1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엄마도 함께 갔다.
민희가 그새 많이 커서 훨씬 재미있어 하고, 덜 힘들어했다.
작년에는 처음 보고, 처음 만지는 것들이라 아빠가 일일이 설명을 해 주었지만, 이번에는 민희가 아빠에게 들은 것들을 기억해 내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였다.
민희가 직접 잠자리채를 가지고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10마리나 잡았다.
이번에는 매미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동네 입구에 있는 슈퍼마켓 아줌마가 휴가를 가서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슈퍼에서만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작년에는 몇 일이고 잡은 녀석들을 들여다보던 민희가 이번에는 ‘잠자리가 죽는 것이 불쌍하다’며 집에 돌아오자마자 주차장에서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날려보내 주었다.
“잠자리야! 이제 우리 동네에서 살아라!”
“내일 또 만나자”
민희에게 콧노래가 그치질 않는다.
‘내년에도 민희랑 잠자리 잡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