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이 날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서양의 풍습인데, 이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의 바보(April fool)라고 부르기도 한다.
평소 무섭지만 친근한 수학선생님 시간을 만우절 거사 시간으로 정했다.
나는 3학년5반의 대표로 1학년5반을 찾아갔다.
평소 학생회 대대장으로서 교내․외 생활지도를 하고, 조회 때마다 전교생을 향해 “열중 쉬어, 차려, 교장선생님께 경례”를 호령하는 터라, 무서운 3학년 선배의 말에 두말 없이 1학년5반 인원의 절반이 우리 교실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 반의 절반은 1학년 교실로 자리를 옮겼다.
드디어 수업시간.
우리 반 아이들 옆에는 한결같이 1학년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선생님이 모르고 지나칠까?’
1차 관문은 무사히 통과.
선생님이 그냥 수업을 시작하신 것이다.
열심히 수학공식을 적으시고, 설명하시고, 여러 가지 예를 들면서 문제들을 풀어 보이신 선생님은 새로운 문제들을 칠판에 가득 적어 놓으시고는 우리들 자리를 둘러보시면서 한 명씩 지적하여 앞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문제를 풀어보라는 것이다.
1학년의 많은 수가 불려 나갔고, 당연히 문제를 풀지 못했다.
화가 난 선생님은 ‘이 정도 문제도 풀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호통을 치셨고, 새롭게 여러 명의 아이들을 불러내셨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화가 난 선생님은 3학년5반 전체를 향해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열변을 토하시다가 여기 저기서 킥킥대는 아이들을 보시고는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신 것 같았다.
일장연설을 돌연 중단하신 선생님은 출석부를 펴서 들었다.
“1번 김XX” “네”
“2번 이XX" "네"
“3번... 4번... 5번...”
한 명씩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확인하시는 선생님 앞에서 1학년 아이들은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고, 우리들은 깔깔대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
April fool이 되어 버리신 수학선생님은 ‘뭔가 이상했다’고 하시면서 1학년5반에 기별을 넣으셨다. 수업은 중단되었고, 다시 1학년은 1학년 교실로, 3학년은 3학년 교실로 자리가 원위치 되었다.
1학년 교실에서는 영어선생님이 ‘이날 따라 아이들이 왜 이렇게 잘하지?’라는 생각을 하시면서 감동을 받고 계시던 중이었다고 한다.
집에 돌아온 후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빙그레 웃고 있는데, 형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형준이냐? 나 승룡이”
앗! 형 친구가 내 목소리를 구별하지 못하고 형의 목소리로 알아들었다.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 승룡이냐? 그렇지 않아도 너희 집에 잠깐 가려고 하는데 길이 잘 생각이 나질 않았거든? 잘됐다”
“초저녁인데, 왜? 무슨 일 있어?”
“어! 가서 얘기하자. 길이나 좀 설명 해줘봐”
“혹시 모르니까 꼭 나와서 기다려~, 꼭!”
그 날 밤, 늦은 시간에 ‘왜 빨리 오지 않느냐’고 승룡이 형에게 전화가 왔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인지라 마냥 밖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승룡이 형은 집에 돌아와서야 전화로 확인을 한 것이다.
전화를 받은 우리 형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황당해 했다.
‘4번 버스가 배차 간격이 커서 늦나보다’ 하며, 1시간...
‘다른 정류장에 내렸나?’ 하며, 동네 이쪽 저쪽 정류장을 뛰어 다니는데 1시간...
‘혹시 길이 엇갈렸나?’ 동네를 찾아다니는데 1시간...
그렇게 한밤중...
April fool이 된 승룡이 형은 “내일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책임지라”고 난리다.
'토끼를 위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타임머신 / 아빠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있단다. - 사진전 (0) | 2016.02.05 |
---|---|
3. 타임머신 / 아빠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있단다. - 친구 (0) | 2016.02.04 |
3. 타임머신 / 아빠는 무척이나 개구쟁이였단다. - 채변검사(採便檢査) (0) | 2016.02.01 |
3. 타임머신 / 아빠는 무척이나 개구쟁이였단다. - 도둑 (0) | 2016.01.19 |
3. 타임머신 / 아빠는 무척이나 개구쟁이였단다. - 형제 (0) | 2016.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