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타임머신 / 아빠는 무척이나 개구쟁이였단다. - 도둑
“엄마는 교회 다녀 올 테니 집 잘 보고 있어라”
“아무나 문 열어 주지말고”
엄마가 수요일 밤 예배를 가시면 집안은 온통 우리 삼 형제의 놀이터가 된다.
별다른 놀이기구가 없던 시대인지라 이불 펴놓고 펄쩍펄쩍 뛰고, 씨름하고, 집안의 온갖 것들을 끄집어내면서, 이 날만큼은 짧은 시간이지만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다.
오늘은 집안의 모든 불을 꺼버리고, 서로에게 후레쉬를 비취면서 놀았다. 서로의 얼굴을 비추기도 하고, 벽이며, 창문이며, 방바닥들을 마치 자기의 영역인양 앞 다투어 비추기도 하고, 나란히 누워서 천장에 세 개의 원을 그렸다가 지웠다가 하면서 집에 있는 후레쉬는 몽땅 동원해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베란다 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우리 삼 형제는 놀이를 멈추고, 베란다 쪽을 관찰했다.
사람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베란다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도둑이다!’
형과 나는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 동생을 안방으로 살금살금 데려가서 이불 속에 숨겼다.
“형선아! 울면 안돼! 이불에서 나오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알았지?”
초등학교 5학년인 형과, 4학년인 나는 베란다 쪽의 그림자를 주시하면서 낮은 포복으로 재빠르게 움직여서 야구방망이 하나씩을 들었다.
검은 그림자가 베란다 문에 살짝 손을 대는 것이 보였다.
“주형아 도둑이 문을 열면 내가 먼저 때릴 테니까 겁먹지 마”
“만약에 도둑이 한 명이 아니면 너는 빨리 형선이 데리고 도망쳐 알았지?”
살짝 문을 흔들어 보는 검은 그림자는 문이 잠겨있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았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검은 그림자가 들어오면 야구방망이로 내려 칠 준비를 하였다.
문이 잠겨 있어서인지 검은 그림자는 베란다의 이쪽 저쪽을 기웃거리는 것 같더니 조용히 넘어왔던 쪽으로 다시 넘어갔다.
‘휴~’ 하고 한숨을 내 쉬던 우리 형제는 다시 긴장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현관문을 흔들어 보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현관 앞에 가서 야구방망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문 손잡이가 살짝 돌려지는 것이 보였다.
문은 분명히 잠겨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우리 형제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 밖에서 소곤소곤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심스럽게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문까지 열 수 있는 전문 도둑인가보다’
형과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야구방망이를 더 높이 쳐들었다.
잠시 후 문이 조심스럽게 열려졌다.
그리고, 깜깜한 집 안으로 한 두 사람이 성큼 들어섰다.
“이~야~아!”
형과 나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달려들었다.
정신 없이 달려들면서 도둑과 싸우고 있는데, 엄마의 소리가 들렸다.
“형준아! 주형아! 형선아! 얘들아!”
불이 켜졌다.
환하게 불이 켜진 응접실에는 엄마와 외삼촌이 사색이 돼서 서 있었다.
형과 나는 엄마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의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우리가 집안의 불을 다 끄고 후레쉬를 사방에 비추면서 놀고 있을 때, 외삼촌이 친구들과 마침 우리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깜깜한 집에 후레쉬 불빛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도둑이 든 것으로 생각하셨던 것이다.
‘수요일이니까 누나는 분명히 교회에 갔을 것이고, 그런데 혹시 집 안에 아이들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외삼촌은 용감하게 아파트 2층인 우리 집 베란다를 복도 창문을 통해 매달려서 올라온 것이었다.
그리고, 집 안에서 후레쉬가 꺼지더니 소곤소곤하는 소리가 들려서 분명히 도둑이 든 것으로 판단하고, 문이 잠겨 있어서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엄마가 교회에서 돌아왔던 것이다.
‘집 안에 아이들이 있다’는 엄마의 말과 ‘분명히 도둑이 든 것’이라는 삼촌의 판단이 순간 어른들을 긴장하게 했고,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연 뒤 삼촌과 삼촌 친구들과 엄마가 뛰어 들어 온 것이다.
이날 많이 혼날 줄 알았는데, 삼촌은 다행이라며 돌아 가셨고, 엄마는 삼 형제를 앉혀 놓고 말씀 하셨다.
“동생을 보호한 것 참 잘했다.”
“용감하게 집을 지킨 것도 참 잘했다.”
“앞으로도 형제들이 꼭 힘을 합쳐서 어려운 일을 이겨나가도록 해라”
“그리고, 너무 위험한 일은 피해 갈 줄도 알아야 한다. 알았니?”
“네!”
지금도 우리 삼 형제는 엄마가 당부하시는 말씀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