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위하여

3. 타임머신 / 아빠는 무척이나 개구쟁이였단다. - 형제

제주형 2016. 1. 13. 16:45


어머니는 어린 삼 형제를 앉혀 놓고 교회에 다니는 어린이답게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때리지 말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 말씀 때문에 우리 삼 형제는 동네 아이들에게 늘 매를 맞았다.
자기들이 괴롭히거나 때려도 ‘하지 말라’고 말만 하는 우리 삼 형제가 우습게 보였던 것이다.
하루는 매일 매를 맞고 울면서 들어오는 아이들을 향해 어머니가 화를 내면서 말씀하셨다.
“이 바보들아! 이유 없이 때리지 말라는 소리지 왜 매를 맞고 다녀..., 누가 형을 때리면 동생들이 같이 싸워주고, 동생을 때리면 형들이 같이 싸워줘야지..., 앞으로는 매 맞으면 집에 들어오지 마! 알았어?”
다음날.
형이 매를 맞았다.
당시 일곱 살이었던 나는 내 키보다 큰 막대기를 뒷짐진 손으로 잡고 질질 끌면서 형을 때린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방심하고 있는 그 녀석의 머리통을 막대기로 힘껏 내리쳤다.
‘딱~’ 소리와 함께 천둥소리보다 더 큰 울음소리가 터졌다.
나와 형은 뒤도 보지 않고 집으로 뛰어 왔다.
이 날부터 정말로 형이 싸우면 동생들이 함께 싸웠고, 동생이 싸우면 형들이 함께 싸웠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에는 제씨 성을 가진 사람이 딱 세 명 있었다.
제형준, 제주형, 제형선 -우리 형, 나, 내 동생- 이렇게 삼 형제이다.
당시에는 ‘뻑 싸움’이라는 것이 한참 유행하고 있었다.
마치 싸우는 것처럼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하지만 실제로 때리지는 않고 입으로 ‘뻑~ 뻑~’ 소리를 내는 놀이다.
어느날, 운동장에서 친구녀석이 나에게 뻑 싸움을 걸어왔다. 열심히 ‘뻑~ 뻑~’ 소리를 내는 친구녀석의 기분을 맞춰주느라 나는 최대한 과장된 모습으로 맞는 시늉을 해 주었다.
그런데, 마침 멀찍이 걸어가던 형이 이 모습을 본 것이다.
형의 눈에는 분명히 동생이 운동장 한 가운데서 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잠시 후 쏜살같이 달려온 형의 주먹에 친구녀석은 운동장에 대(大)자로 누워버렸다.
친구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었지만, 나는 어깨가 으쓱해지고 형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이제는 동네에서도 감히 우리 삼 형제를 건드리는 아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세 명의 골목대장 밑에 줄을 서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 삼 형제는 각각의 부하들을 데리고, 동네 구석구석과 수봉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만들었다.
지금도 나는 형이 제일 고맙고, 제일 자랑스럽다.
그리고, 막내 형선이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