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위하여

2. 알콩달콩 게시판 / 모기장 밖으로 밀려난 왕따

제주형 2015. 5. 1. 21:19

생후 8개월이 되는 민희가 난생 처음 모기에 물렸다. 얼굴과 다리에 각각 한방씩 두 방.
이유 없이 울어대는 민희를 진정시키고 원인 규명에 나선 아내와 나는 민희를 울렸던 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난생(?) 처음 모기라는 놈을 만난 민희가 새벽에 얼마나 놀라고 따갑고 간지러웠을까? 아내는 바로 모기장을 준비했다. 모기장은 사각형으로 세워지고 그 속에 민희가 잠을 잘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마음놓고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깜박 잠이 들었는데, 유난히 모기가 여기 저기를 물어댔다. 눈을 떠보니...
아니! 이럴 수가!?#$% 모기장 안에는 아내가 민희를 꼭 껴안고 잠들어 있었고, 나는 모기장 밖에서 모든 모기를 유인하는 왕따가 되어 있었다. 서둘러서 나도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179㎝의 신장을 아무리 구부려도 들어갈 공간이 생기지 않았다. 아내의 키도 167㎝나 되는데 어떻게 들어갔지?...?
결국 창문을 닫고 전자 모기향을 피워서 모기 소탕을 끝낸 후에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모기장 밖으로 밀려난 왕따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출근을 하는데(이 왕따가 바로 저여요...
흑흑흑) 생각해 보니 그 좁은 모기장 안에서도 잠든 딸을 꼭 끌어안고 잠들어 있던 아내와 엄마 품에서 미소지으며 잠들어 있던 민희의 모습은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사진 찍어 둘 껄!)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 세상 모기들이 다 덤벼도 좋다. 사랑하는 내 아내와 민희 만은 건들지 말아 다오”
하긴 건들고 싶어도 못 할 껄!. 오늘도 모기장 안에는 두 모녀가 들어가고 모기장에 대해서만은 왕따가 된 이 아빠가 모기들과 싸워 줄 테니까 ^.^
이 마음 속의 외침을 듣기라도 했는지 아내는 미안해하는 얼굴로(그러나 아주 행복한 얼굴로) 나의 출근길을 배웅해 주었다.